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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동 주치의와의 통화(3)경계성 종양 라이프 2020. 12. 31. 14:38728x90
아빠는 결국 기도삽관을 하셨다.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와서... 기도삽관을 해야만 할 거 같다고
1차 폐렴이 나아지던 와중에 다시 2차 폐렴이 온 것 같다고
이런 사례가 최근 논문 등에서 보고 되고 있는데 예후가 안 좋은 편이라 걱정이다...
삽관을 하면... 환자가 깨어있으면 더 괴롭기 때문에 2~3일 정도 약으로 재울 거고, 아직은 아빠가 의식이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도 기도로 관을 넣어 산소를 공급할 거라고 의료진이 설명했다고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걱정에 거의 한 숨도 못 자고
다음날 아침....
다시 또 다급하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통화했던 그 의사가 맞다면.... 하룻밤 사이에 말이 '빨라졌다.' 말의 속도만으로 '다급'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전화를 받았던 엄마는 통화 내용을 차마 다 듣지도 못하고 울며 전화기를 나에게 넘겼다.
기도삽관을 했는데도 폐가 악화되고 있는 속도가 더 빨라서.. 산소 수치가 너무 떨어져서 이대로 있으면 일주일도 못 넘길 거 같다. 흉부외과 선생님과 논의 중인데, 이런저런 부작용이 없는 시술은 아니지만 '인공폐'를 연결해야 해야 할 거 같다. 위험한 수술이기는 한데.... 원래 건강하던 분이 갑자기 폐만 나빠지신 건데 이대로 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지 않겠냐. 허벅지에 관을 넣어 인공적으로 혈액에 산소를 넣어주는 시술이다. 일단은 환자가 '살 수는 있는' 최소한의 산소를 공급하려면 현재로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너무나 절망적인 이야기에..... 그저 나는 해주세요. 뭐든 해주세요....라는 답밖에 할 수 없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통화했는데.... 기도삽관조차 소용이 없을 만큼 심각해졌다니..
너무나 평범하게 일터에 나가 평소처럼 일을 했을 뿐인데...어떻게 이렇게까지 바이러스 하나로 위독해졌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가 않았다.
우는 엄마를 가까스로 달래고 그러고서 나도 방에 들어와 혼자 울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인공폐'라고 검색하자 그동안 그래도 뉴스에서 들어보았던 단어... '에크모'가 검색되었다.
아, 뉴스에서 봤던... 그 위중 환자에게 한다던 '에크모'를 한다는 거구나...
무서운 기사도 많았지만... 에크모로 111일을 버텨 나았다는 중국 환자에 대한 기사도 검색되고,
대한흉부학회에서 에크모로 완치 혹은 생존한 비율이 2/3 정도는 된다고 했다는 연구 결과도 보인다.
잘 될거야. 잘 될거야....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아까 전화로 너무 놀란 엄마는 그 사이 또 더 나빠진 건가, 겁이 나서 전화를 받지도 못했다.
대신 전화를 받았고 병원 간호사라고 했다.
에크모 시간이 잡혔다고 몇 가지 사항을 안내해주며 보호자 동의를 받았다.
에크모 가격을 안내해 주었고 (원래 엄청 비싼 수술인데 코로나일 경우, 이후에 아마 감면되거나 면제될 거라고...) 중간에 수혈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수혈 부작용도 안내해 주었다.
어제 기도삽관부터 하고 있는 대부분의 조치들이 혈압을 다 떨어뜨리는 것들이라... 혈압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는데 그로 인해 손끝이 붓거나 심한 경우 피부가 썩을 수도 있다....
에크모 관이 꽤 커서... 모나미 볼펜 5개 정도를 합친 두께를 허벅지에 넣는다....
등등 엄청 무서운 말들... 아, 아빠 너무 괴롭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말을 몇 마디 들었던 거 같은데...
뭐, 원래 수술할 땐 최악의 경우까지 설명하고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의료진인 거니까....
너무 새겨듣지 말자...는 마음으로 듣고 넘겼다. (생존 본능인지... 엄청 무서운 말을 많이 들은 거 같은데 실제로 기억이 잘 안 남;;;;)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어렵고 까다로운 수술인데.... 그래도 흉부외과에서 이 수술 전문으로 하시는 선생님 배정되었으니 너무 걱정은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수술한다고 했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전화는 오지 않았고....
별 일 없으니까 전화가 안 오는 거겠지... 잘 된 걸거야... 라고 몇 번씩 되뇌며 겨우 잠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 못 자고 깼을까...
아침 일찍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말한대로 에크모를 시행했고, 상황이 심각해서 시술할 때는 거의 심장이 멎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위험했었다. 다행히 밤 사이에 많이 안정되어서 큰 고비는 넘긴 걸로 보인다. 에크모 자체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초반에는 특히 상태가 불안정할 수 있어서 의료진들도 면밀하게 계속 지켜봐야 하는 수술이라, 안심해도 된다고 할 순 없지만, 일단 고비는 넘겼고 몸에 생존 가능한 산소가 공급되고 있으니, 당분간 폐에 항생제 계속 투여하면서 염증이 낫기를 기다려봐야 할 거 같다. 목과 허벅지에 관이 들어가 있고, 팔도 묶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깨어있으면 환자가 더 괴로워서 며칠간은 계속 재울 거다. 상황 변화 있으면 다시 연락하겠다...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만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어제는 하루 종일 멍하고 몸에도 힘이 풀려 아무것도 못 하겠더니
지금도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폐가 무사히 회복되기를 다시 또 조마조마하게 기다려야겠지만
그냥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힘든 걸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했다.
의료진들에게도, 아빠에게도. 종교는 없지만 누구인지 모를 신에게도.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를.
부디 무사히... 별 탈 없이...
이전처럼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기를...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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