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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데없이 코로나 확진자의 가족이 되다(3)
    경계성 종양 라이프 2020. 1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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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하루 종일 보건소 전화를 받고 이런 저런 일들을 관련된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오늘은 그나마 평온해졌다. 어떻게 보면 본격적인 자가격리 첫 번째 날 같은 기분. 정신을 가다듬고 밀려있던 회사 업무도 몇 가지 처리했다. 

     

    나와 엄마는 여기에, 동생은 다른 집에, 아빠는 병원에 격리되었다. 

     

    엄마와 나의 접촉도 최대한 자제해야 하다 보니 모든 가족이 각자의 공간에 고립되어 심심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우리는 일상을 지낼 수 있는데.... 아빠는 6인실 병실에 아무 할 일도 없이 그야말로 '격리'되었다. 심심할 것 같아서 책도 챙겨드렸는데 눈이 침침해서 잘 못 보겠다고 하시고, 핸드폰 사용에 익숙지 않으셔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염이 우려되니 병실 옆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보다도 병실에 '고립'되어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걱정되었다.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넷플릭스로 드라마도 보고 복도 산책이라도 했으니... 그나마 심심하지 않게 버텼던 건데;;;; 그보다도 훨씬 긴 기간을 할 일 없이 지내야 한다니... 

    그래서 일부 확진자들이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병원에서 라이브 방송을 해댔나...라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했다. 

     

    지금은 무증상이지만 아빠에게 갑자기 어떤 증상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도 두려웠다. 전화 통화를 하면 가장 첫 번째로 묻는 것은 무조건 '열 없어요?'. 나도 엄마도 무조건 이것부터 묻고 있다. 같은 병실에는 비슷한 무증상자만 모여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더 옮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부디 아무 일 없이 2주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 또 기도했다. 

     

    나도 엄마도 어제 설치한 자가격리앱에 아침, 저녁 각각 한 번씩 증상을 기록했다. 열, 인후통, 기침, 호흡곤란 등이 있는지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나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모두 없음, 없음, 없음으로 기록했다. 그런데 집에 체온계가 없어서.... 체온은 정확히 재지는 못했다. 인터넷으로 체온계를 급히 하나 주문했다. 

     

     

     

    이날, 동사무소에서 위생 키트도 배달되었다. 마스크, 쓰레기봉투, 뿌리는 소독제, 손소독제, 입에 넣어 재는 체온계 등이 들어있었다. 쓰레기봉투에는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라고 되어있어서.... 아, 상황이 심각한 거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입에 넣어 재는 체온계는...보건소랑 통화할 때 집에 체온계가 없다고 했더니 따로 넣어 보내 주셨는데, 입에 넣고 1분이 지나면 색깔이 변하면서 체온이 표시되는 방식이었다. 처음 사용해보는 신기한 체온계. 1회용 같이 생겼는데 물로 헹구면 5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동사무소에서 저녁 즈음 또 다른 전화도 받았는데, 자가격리 지원을 물품으로 받을 건지 현금으로 받을 건지 선택하라고 했다. 과자나 라면, 햇반 등으로 지원된다기에 집밥을 즐기는 엄마와 나는 현금으로 받기로 결정했다. 지원받을 계좌와 주민등록증을 찍어 보냈는데... 아직 지원금이 입금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자가 격리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확진자 통보부터 소독, 격리, 그리고 이후의 지원까지 꽤 체계적이라고 느꼈다. 아무래도 확진자가 적은 게 아니다보니 그날 당일에 바로 바로 처리된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는 않게 적당한 '시스템'을 갖추고 꽤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복지국가 대한민국?ㅎㅎㅎㅎ 

     

    아무튼 집에 계속 있다보니, 심지어 대부분의 시간을 마스크를 쓰고 지내다 보니 엄청 답답했다. 

    엄마는 계속 베란다로 나가서 운동을 했고, 나는 유튜브로 홈트 영상을 찾아 이것저것 따라 해 보았다. 이렇게 외출 없이 갑갑하게 2주를 지낼 수 있을까, 약간 막막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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