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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코로나 확진자의 가족이 되다 (1)경계성 종양 라이프 2020. 12. 13. 09:00728x90
아빠가 일하는 건물 같은 층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나온 것이 월요일, 아빠, 그리고 아빠와 함께 일하는 동생은 그날 일찍 퇴근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별일 없을 줄 알았다.
이전에도 같은 건물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적이 있었지만 아빠와 동생은 음성이었고,
코로나 확진자와 같은 층에 근무하고, 근무지가 가깝긴 했지만 특별히 확진자와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 하는 등 밀접 접촉이랄 것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발열, 기침, 후각이나 미각의 상실 등 소위 코로나 19의 대표 증상이라고 하는 증상도 전혀 없었기에 식구들은 검사 결과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결과가 나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10시가 되었고
동생은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아빠는 보건소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워낙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서 검사가 조금 밀렸나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기다렸다.
아빠가 보건소에 전화도 해보았지만,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고 오후 2~3시쯤이면 결과가 문자로 갈 거라는 답변도 받았다.
그런데....
오후 1시가 좀 지났을까?
보건소로부터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라고!
그렇게 아빠가 난데없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검사 결과가 왜 이렇게 늦게 나오나 했는데, 알고보니 완전 '음성'이면 판독이 쉽게 되어 결과가 일찍 나오는데 양성일 경우 결과 나오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온다 싶을 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지도;;;;;
아무튼 아빠는 증상도 전혀 없었지만..... 검사 결과가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뉴스에나 나온다고 생각했던 코로나 확진자가 되셨다. 보건소 전화도 부엌에서 점심을 드시며 받았던 아빠는 그렇게 안방으로 격리?! 되셨다. 만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병원에 격리되는 게 원칙인데, 자리가 날 때까지는 최대한 가족과 접촉 없이 방에서 지내라고 안내받았다.
그리고 동거중인 나와 엄마도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랄 새도 없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며칠 동안 나와 접촉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일단 이 상황을 알렸고 회사에도 사실을 알린 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올해만 코로나 검사 세 번째....
업무상의 이유로 한 번,
수술을 위해 입원하면서 한 번,
그리고 확진자의 가족이 되어 이번에 또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의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세 번이나 아파야 했던 내 코에.... 미안;;;;;;
그렇게 검사를 받아놓고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가족은 이제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고, 식사도 각자 다 따로 하게 되었다. 서로 대화도 최소한으로 하게 되었다. 식기도 따로 쓰라고 해서 모두 따로 쓰게 되었고, 빨래도 각자의 빨랫감을 따로 빨게 되었다. 아빠는 방에서 거의 나오지 못하셨고, 가끔 거실에 나와계실 때도 서로 2m 이상의 거리 유지+마스크 착용을 했다.
아빠는 열이 더 오르지도 않았고, 다행히 아무 증상도 없었다. 무증상이면 계속 이렇게 무증상인건지, 무증상이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생길 수도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다보니 증상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뉴스에서 보면 후유증도 있고, 합병증도 있다고 하던데.... 제발 지금처럼만 계속 무증상이길 기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발 엄마와 나는 음성이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날 오전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혹시나 코로나에 걸리게 된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었지만,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걸렸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공포였다. 만약 '다른 사람'들도 걸렸을 경우 다양한 프로젝트?에 끼칠 피해도 걱정되었다. 검사받기 전 나와 일상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저 회사 생활을 함께 공유했던 모두에게 갑자기 너무나 미안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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