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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소 3센티 혹의 정체는? (2차 변성된 자궁근종?)
    난소 혹 3센티, 병원투어 2020. 10. 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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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이렇게까지 병원을 여러 군데 갈 마음은 아니었는데....

     

    MRI까지 찍고도 '경계성 종양'으로 보인다는 말에 멘붕이 되어

    원래는 취소할 생각이었던 순천향대 병원 예약을 다시 살려.... 진료를 보러 갔다. 

    초진이라 그런지 전화로 예약하니 빠른 일자로 잡아주었다. 

     

    내가 만났던 선생님은 순천향대 이정재 교수님이었다. 

     

    여기를 예약했던 이유는....

    '근종힐링카페'에서 다른 병원 후기는...그야말로 후기였는데

    이상하게 이 교수님에게 진료받은 후기는 마치 '팬레터'같은 느낌이었다. 

    대체 어떻게 진료를 보시기에 이렇게 환자들이 팬이 되나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서 도착해서 잠시 예약을 후회했는데....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너무나 오~~~~~~래 기다려야 했다.ㅠㅠㅠㅠ

    한 시간도 훨씬 넘게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다른 병원은 보통 부인과 질환 진료 위주라 대기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이 환자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산과 진료도 많이 보시는지 대기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임산부였다. 

    안 그래도 가임기 여성인데 정작 아이는 안 낳고 몸에 혹만 있다는 사실이 우울한데....

    임산부 사이에 앉아 대기하려니 나만 더 환자 같은 기분이라 심란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드디어 예약된 순서가 되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보통의 대학병원들은 인턴 쌤이 따로 예진을 보는데

    여기는 교수님이 직접 예진까지 보셨다. 

    내 주소까지 일일이 물어보고 적으시고.... 직업까지도 물어보시고...(직업 관련 잠시 농담도 하시고)

    생리 스타일 등등도 직접 체크하시니 뭔가 '나만의 주치의'에게 상담받는 기분이 되었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하기에 

    지금까지 병원에서 들었던 얘기를 모두 해드렸다. 

     

    건강검진으로 발견했는데 이병원에서는 내막증이라고 했고, 저 병원에서는 빈혈부터 고치랬고, 저 병원에서는 경계성이랍니다.... 라고 하니 각각 어떤 검사를 해서 어떻게 들은 결과인지 꼼꼼히 추가 질문도 하시고 기록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는 초음파는 다시 한번 찍어보는 게 정확하다고 초음파를 찍자고 하셨다. 

    그리고 초음파 보는 동안 초음파 실에 교수님이 직접 오신다고 했다.

    (보통 대학병원에서는 초음파 보는 쌤이 따로 있었는데 직접 오신다고 해서 당황;;;;)

    그런데 오늘 환자가 많아서 초음파 찍는 것도 좀 기다려야 한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사실 예진을 엄청 꼼꼼하게 하셔서....

    아 교수님이 진료를 엄청 자세히 보는 스타일이시구나....

    그래서 대기가 길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이때부터는 짜증이 조금 누그러졌다.ㅎㅎㅎ

    초음파는 아까보다 한결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초음파 순서가 되어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고

    초음파 보는 쌤이 기본 촬영을 하시고, 곧이어 교수님이 초음파실로 들어오셨다.

    사실 초음파실에 남자분이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 살짝 긴장;;;;

     

    들어보셔서는 촬영된 사진을 확인하시고는

    배 좀 잠깐 눌러볼게요~ 라고 하시더니 몇 번 눌러보시며 초음파를 확인하셨다. 

    그리고 초음파 보는 분과 함께.... '난소가 아니라 나팔관인 거 같죠?'라며 의견을 교환하셨다. 

    (나중에 수술하고 알게 되었지만..... 정말 정확한 진단이었다! 내 혹은 난소가 아니라 나팔관에 있는 혹이었다.)

    자 자세한 건 진료실에서 다시 설명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라고 하시고 초음파 촬영이 끝났다. 

     

    또 잠깐의 대기를 마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교수님은 혹의 모양이 안 좋은 건 맞고, 충분히 '경계성'으로 볼 법한 혹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양성이라고) 볼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어서....

    아예 시간이 되면 오늘 MRI 판독까지 맡겨 정확하게 하자고 하셨다. 

    대신 시간이 좀 걸리는데 괜찮냐고 물으셨다... 

     

    아휴.... 경계성이라고 듣고 난 이후로 하루가 몇 달처럼....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죠!!!!

     

    라고 답하니 이미 점심 시간이 되어서(아침 일찍 왔는데....ㅠㅠ)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은 이미 점심 드시러 가신 뒤라, 점심시간 지나야 영상 판독이 가능하니 밖에 가서 점심 먹고 천천히 다시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간호사 쌤에게 빨리 해달라고 부탁하라고도 말씀하셨다.  

     

    순천향대 병원 앞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하나 먹고

    병원으로 돌아가는데 내 앞에 엄청 진료실 쪽으로 뛰어가는 교수님이 보이셨다. 

    내 뒤로 오전 진료 환자가 몇 명 더 있었는데.... 환자 마저 진료 보고.... 급하게 점심 먹고 돌아가시는 모양....

    진짜 저렇게 진료 보시면 엄청 피곤하시겠....ㅠㅠ

     

     

    암튼 좀 기다렸다가 결과 들으러 진료실로 다시 들어갔다. 

     

    혹의 모양이 상당히 헷갈릴 법한 혹이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판독을 잘하는 교수님에게 판독을 맡기셨다며...

    이 곳의 소견은

     

     

    두둥~ 

     

    2차 변성된, 자궁 외벽에 생긴 '근종'같다고 하셨다. 

    (자궁 외벽에서 나팔관 쪽으로 생긴) 

     

    2차 변성되어 울퉁불퉁하게 생긴 근종 사진들을 보여주시며.....

     

    너무 걱정하지 말고, 혹의 위치 등이 나쁘지 않아서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은 수술이라며 

    올해 안에 결심이 섰을 때 맘편히 수술받으라고 하셨다. 

    오래 둔다고 줄어들 혹이 아니며(놔두면 더 자라거나 나빠질 혹으로 보이며), 경계성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술은 꼭 해야 한다고 하셨다. 

     

    엄청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계속 뭐 더 궁금한 건 없냐고 물어보셔서

    저 빈혈은 어떡할까요? 라고 여쭤보니 사실 생리양이 유난히 많을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생리양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편이긴 해서....

    생리양을 줄이려면 피임약을 먹거나 미레나 시술을 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일단은 철분 많이 들어간 음식 잘 챙겨 먹고 있어 보라고 하셨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나의 혹은 이로서 자궁내막증(종), 기형종, 경계성 종양.......에서 급기야 '자궁근종'까지.....

    가보는 병원마다 다른 진단을 받았다;;;;;;;;;

    4관왕 달성!!!!! 

    매우 혼란스럽긴 했지만..... 경계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주신 것만으로도 엄청 감격스러웠다. 

     

    병원을 나오면서도.... 경계성일 가능성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최종 진단은 경계성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꼼꼼하게 봐주셨는데도..... 내 혹의 정체가 영상으로 파악한 것과 실제가 다르다면.....

    그건 내 혹이 이상한 걸로..... 납득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교수님이 정말 성심성의껏 진료 봐주신단 것이 느껴졌고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불안해하는 나를 위해, 다른 과에 빨리 판독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시며....

    하루 안에 모든 결과를 확인하고 갈 수 있도록 해주신 것도 정말 감동스러운 부분이었다.

     

     

    종합병원들을 다니다 보면 아무래도 환자가 많다 보니

    나 '개인'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신다는 느낌들을 받게 된다. 

    매뉴얼처럼 정해진대로 진료 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순천향대 이정재 교수님은 '나를 위한 진료'를 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팬레터 같은 후기들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의 병원투어는 끝이 났고

    아, 나의 혹은 '수술해야 하는 혹'인 건 확실하구나.....(이건 4군데에서 모두 일치) 

    혹의 정체는...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봐야 확실한 거구나.... 라는 걸 알게 된 나는 

    최종적으로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마지막까지도 순천향대 병원과 세브란스 병원을 놓고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세브란스에서 수술을 받았다.

     

     

    내 혹이 '경계성'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그렇다면 추후 외래 진료를 계속 다녀야 할 텐데

    병원과 집, 회사가 가깝지 않으면 내 성격상.... 엄청 스트레스받을 것 같았다. 

    너무 단순한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경계성 진단을 받고,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는 처지?!가 되니....

    꽤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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